사관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관점을 적은 글입니다.

'건국 전쟁'이라는 영화를 알게 된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통해서였다. 그가 개인 계정에 건국 전쟁 포스터를 걸어 놓았을 때 좀 당혹스럽긴 했다. 그래서 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보고 까려고) 그냥 영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역사 강사의 한 말 때문에 적게 되었다. 내가 건국전쟁을 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몇 자 적고자 한다.

뉴라이트가 등장하면서부터 몇몇 사람들은 대한민국 역사를 자조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뉴라이트는 역사 수정주의자다. 그들은 한국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고독립 운동과 임시정부의 역할을 부정하며,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E.H 카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의 객관성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과거부터 객관적 사실을 나열한 역사, 즉 완전하고 부정할수 없는 진실을 담은 역사서를 편찬하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우리가 소비하는 역사는 누군가의 시선이다. 역사서는 역사가가 역사적 기록이나 증언, 사실을 여럿 모아 자신의 시선으로 재편집 한 결과물로써 그것 자체가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다. 조선 왕조 실록도 기록 덕후인 우리 조상들의 집요한 결과물로 역사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예시로 많이 거론되지만 그 대단하다는 실록도 몇 차례의 수정이 있었고 그 수정은 후대가 선대에 대한 기록을 수정한 것이다. 그것은 과거 정치적 목적에 의해 몇몇 사건이 후대에 잘못 전달될 것을 우려한 조상들이 다시 그것을 후대에 바르게 전하고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수정을 했다. 하지만 조상은 수정실록을 편찬한뒤 실록을 불태우거나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지 않았다.

근대 식민사는 나로 하여금 어마무시한 무력을 가지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감정이 들게 한다. 그만큼 아프고 슬프다. 지금 그 역사가 아직도 나에게 아픔을 주는 이유는 독립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웃 나라 일본 정치의 우익화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부정과 조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아픔은 조선 말기 통치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국제 질서에 대한 무지로 발생했다. 나에게 근대사는 저항의 역사이기도하다. 근대사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일제 식민 통치에 저항하기 위한 행동을 했다.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시험을 목적으로 공부 해야한다면 짜증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일제와 일제에 동조한 자들에 대한 끊임 없는 저항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비록 과거 조상들의 무지는 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겼지만 그것이 우리가 아픔과 저항을 부정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못한다. 내가 뉴라이트 사관을 지지할 수 없는 것은 과거 이광수나 최남선과 같은 친일파가 주장한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픔에 공감하지 않으며 저항을 부정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식민 통치 덕분에 대한민국이 근대화를 이루었다 주장하고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그들은 건국절을 집요하게 주장한다. 그들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3.1운동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임시정부와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것을 부정한다.

영화는 오락 영화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이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뉴라이트 사관을 표방하고 있는 영화를 내가 볼 이유는 없다. 역사는 역사가의 주관의 결과물이다. 뉴라이트 사관도 결국 사실의 나열이 아닌 사실을 재해석 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그것 자체로 역사적 진실을 찾는 시도가 아니며 설사 그것이 진실을 찾기 위한 시도라 할지라도 그 시도는 의미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역사는 하나의 소비재이며 어떤 것을 소비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다만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라는 주관적 사관에 사회적으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사관을 지지하며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다. 따라서 '건국 전쟁'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볼 필요도 없고 볼 생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