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 문항을 준비한다. 이 문항이 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될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준비된 질문으로 알 수 있을까. 질문이 이상해서 엉뚱한 대답을 하지는 않을까. 여러 의문을 던지면서 나만의 의도를 가지고 문항을 써 내려간다. 뇌를 꺼내서 대야에 걸래 물을 짜듯 문제를 쥐어 짜낸다. 내가 신입부터 지금까지 경험했던 기술적인 문제들을 써 내려간다. 이력서를 보고 경험한 부분중 궁금한 부분 흥미 있는 부분을 질문한다. 아마 면접을 보는 사람은 엄청 떨리고 긴장될 것이다. 그러니 문항도 부드러운 말투로 쓴다. 그래야 현장에서 더 부드럽게 말할 수 있다. '프론트팀 현수는 아래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이 코드를 보고...' 대부분의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다. 상황에 몰입해서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다. 이게 먹힐까.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랄뿐이다. 문항의 의도도 밑에 적어 놓는다. 다른 동료가 보고 문항을 평가해주어야하고 난이도 조절, 문제가 의도와 일치하는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을 물어봐야하기 때문에 질문도 수준이 정해져있다. 그동안 많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별게 없다. 오히려 역으로 면접자에게 바닥을 보일까 두렵다. 그렇다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할 수 없으니 아는 것 안에서 면접 질문을 작성한다. 부디 나의 면접 질문으로 회사의 기술 수준이 낮다고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면접장에 들어가면 가진 선입관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또 그날 내가 잠을 얼마나 잤는지 뭘 먹었는지 등 컨디션도 면접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면접 1-2시간 전은 내가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면접을 보기전 면접 질문을 최종으로 솎아내고 이를 닦고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가고 회의실에 들어가 기기가 잘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한다. 면접자가 오면 머리가 새하얗게 되서 해야되는 일들을 쭉 적어놓는다. 내가 면접자보다 더 긴장한것 같다. 동료에게 미리 면접 보다 얼타는 것 같으면 그냥 끊고 진행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알겠다고 했으니 팀원이 부족한 부분은 채워줄 것이다. 면접을 보고나면 팀원들과 면접자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의 면접이 좋았는지 평가를 한다. 적나라한 해부가 필요하다. 왜 그때 그 사람은 이 질문을 했을때 내가 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는지. 이 질문의 문항이 이상한건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다. 그래도 나름 비문을 적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의미가 전달이 잘 안된 것 같아 속상하기도하다. 끝나고 나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은 개발하는 것처럼 매일 하는게 아니라 미숙하다. 나는 미숙하다. 그렇지 않은척 하는 것 뿐이다.

좋은 사람을 뽑는 다는 것은 역으로 내가 좋은 사람인지 묻게 되는 과정이다. 성품, 태도, 기술 수준이 나보다 높은지 함께하면 즐겁게 일 할 수 있을지 등 여러 주관적인 생각이 기준이 된다. 그 기준은 결국 평소의 나를 반영한다. 질문을 보면 나의 기술 역량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내가 어떤 경험으로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또는 극복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이랬는데 너는 어땠는지 말을 건다. 상대방은 아마 질문을 통해서 내가 어떤 경험을 한 사람이구나 대강 감을 잡아 갈 것이다. 마치 소개팅에서 내가 이 사람에게 에프터를 신청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에프터를 받은 상대고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한번 더 만나 말아. 하지만 그게 삶을 영위해 나갈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소개팅과 다르다. 그 무겁고 어려운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 경험을 공유 할 만한 사람인지 평가한다. 그래서 면접이 끝나고 남는 질문은 내가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좋다고 생각한 사람과 함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